작년 12% 오른 분양가, 上限制 폐지로 더 뛸듯
정승권 | 2015-04-17 | 1971
서울 평균 분양가 2019만원
매매가격 오름폭에 비해 분양가 상승률 가팔라 우려
실수요 중심 부동산 회복에 과도한 인상은 毒이 될 수도
최근 아파트 청약시장이 호황(好況)을 맞으면서 건설업계가 신규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분양가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대비 12% 넘게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1% 오른 것과 비교하면 분양가 상승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올 4월부터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분양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에 지쳐 내 집 장만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과도한 분양가 인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3.3㎡당 평균 분양가 2000만원 넘어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는 15일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주상복합 포함)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2019만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평균 분양가(1800만원)보다 12.1% 오른 것.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 서울 권역별 3.3㎡당 평균 분양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마포
서대문·종로구 등 7개 구(區)가 속한 "도심권"에 공급된 아파트 분양가(3.3㎡당 2430만원)는 1년 사이에 37.3%나 상승했다.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의 2014년 평균 분양가는 전년보다 16.9% 오른 2478만원이었다. 여경희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서울 지역에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이 감소했고, 강남 지역에 고가 아파트 분양도 많아 평균 분양가가 올랐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작년 9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2차"는 3.3㎡ 평균 분양가가 4130만원이었다.
특히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폭이 더 가파른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주택보증이 조사한 올해 2월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7만원으로 작년 2월 평균(1792만원)보다 15.3%나 올랐다. 서울 마포구에서 2013년 분양한 "공덕 파크자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1800만원대였지만, 지난해 인근에 분양한 "마포한강 푸르지오 2차"는 1900만원대로 분양됐다.
◇"분양가 더 오른다, 청약 신중해야"
문제는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 4월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올해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는 확실히 오를 것"이라며 "전세난 심화로 청약을 통해 내 집 장만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 건설사가 다소 가격을 높여도 수요자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앞으로 분양가격 추가 상승을 예상한다. 주택산업연구원은 "4월 "주택공급가격지수" 전망치가 143.0으로 3월보다 12.6포인트, 작년 4월보다 24.0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대답한 업체가 내릴 것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분양가 인상이 자칫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와 입지, 건설사의 시공 능력을 내세워도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경우 다시 대규모 미(未)분양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4월 국내 1·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함께 공급해 화제를 모았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 래미안힐스테이트"는 아직도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무턱대고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고분양가 집을 구입했다가 나중에 입주 시점에는 가격이 오히려 내려 "깡통 분양"으로 청약자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최근 청약시장 열기에 편승해 과도하게 분양가를 올리는 것은 건설사가 개발 이익을 독점하려는 것"이라며 "과도한 분양가 인상 움직임에 대해 관계 당국이 정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